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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미군기지 야구장 없애는 것만이 답인가

또 하나의 야구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생겼다. 한국 동호인 야구와 소프트볼 대표팀의 요람인 용산 미군기지 내 야구·소프트볼 구장이 철거 위기에 놓인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2019년 12월 용산공원조성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를 발족했다. 이어 지난해 7월 용산공원 국제공모 당선 조성 계획안을 공개했다. 이 계획안에 따르면, 용산 미군기지 안에 갖춰진 총 8면의 구장(정식 규격의 야구·소프트볼 구장 6면, 다목적 구장 2면)은 전면 철거 후 야외 공연장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계획안에 반대했다. 서울의 열악한 야구·소프트볼 구장 인프라를 고려해 “용산 미군기지 내 야구·소프트볼 구장이 반드시 존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3월에는 국토교통부에 이런 내용을 정식으로 요청했다. 요청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추진위는 정부위원 9인과 역사·문화, 공원기획, 생태·환경, 여론·소통, 도시계획·교통, 공간·건축 등 각 분야 전문가 21명으로 구성됐다. 생활체육 관련 전문가는 이 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KBSA 관계자는 “지난해 협회에 등록된 서울 지역 리틀·초·중·고·대학교 야구·소프트볼팀이 103개, 선수 수는 3089명이다. 서울시 동호인 야구리그에서도 1만361개 팀 소속 선수 17만291명(2019년 기준)이 활약하고 있다. 그런데 서울시 공공체육시설로 분류된 야구장은 16개뿐이다. 축구장(69개)과 골프연습장(34개)보다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서울시 초등학생과 대학생 야구대회를 경기도나 강원도에 있는 다른 부지에서 치러야 하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용산 미군기지 내 야구·소프트볼 구장은 하루아침에 없애기에는 아까운 시설과 입지를 갖추고 있다. 특히 이촌역 부근에 자리한 ‘포 코어(Four Core)’ 구장은 미군이 60억원의 예산을 들여 전면 개보수를 마친 구역이다. 이동식 펜스와 스프링클러를 설치했고, 천연 잔디와 야간 경기 조명이 갖춰져 있다. 선수를 위한 클럽하우스 공간도 마련돼 있다. KBSA 관계자는 “현장 답사 결과, 현재의 상태만으로도 충분히 동호인 야구대회를 개최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실제로 미군이 철수하기 전에는 국제대회인 환태평양 소프트볼대회를 ‘포 코어’ 구장에서 개최했다. 한국 소프트볼 대표팀도 그 구장에서 훈련했다”고 설명했다. 또 “기존 시설 및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면, 새 구장을 짓지 않고도 (야구장 유지 및 보수에 필요한) 제반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거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철거가 확정된 건 아니다. 야구장을 존치할 기회는 남아있다. 국토부는 6월까지 용산공원 국민참여단 의견을 수렴한 뒤 국민 권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후 전문가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조성 계획을 보완하고, 올해 말 추진위 심의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이종훈 KBSA 회장은 “정부는 ‘용산공원을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같은 생태 자연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바로 그 센트럴파크에 뉴욕 시민을 위한 총 26면의 야구·소프트볼 구장이 있다. 국토부도 용산 야구·소프트볼 구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주셨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KBSA는 최근 야구장 철거를 막기 위한 ‘용산 미군기지 구장 존치 서명 운동’도 시작했다. KBSA 관계자는 “협회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에 먼저 서명 창을 열었다. 또 KBO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등 야구 관련 기관에 공문을 보내 협조를 요청했다. 현재 온라인에선 2400여명이 야구장 존치에 동의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종훈 회장은 “야구·소프트볼 지도자, 선수 및 관계자들이 한목소리로 구장 존치를 희망하고 있다. 이 염원을 담은 서명부를 추후 유관 기관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2021.04.28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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